님이 온다는 기별을 듣고, 일찍부터 서둘러 만남을 준비한다. 어디쯤 왔을까 조급한 마음에 건너편 산쪽을 바라보니 거뭇하며 희끄무레한 것이 있다. 님이 틀림없구나 하고 생각하고 정신없이 달려간다. 허둥거리며 달려와 말을 건네려는 순간, 알고 보니 세워놓은 삼대였다.
밤이어서 남의 눈에 안 띤 것이 다행이라고 혼자 가슴을 쓸어내린다. 세워놓은 삼대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착각하여 일어난 소동이다. 비슷한 것만 봐도 그렇게 보일 정도로 간절하게 님을 기다리는 마음이 한바탕의 소동을 통해 잘 드러나 있는 작품이다.
님과의 만남을 고대하는 간절한 마음이 이 작품의 주제이다.
작품원문
님이 오마 거 져녁밥을 일 지어 먹고 中門 나서 大門 나가 地方우희치라안자 以手로加額고 오가 가가 건넌山 라보니 거머흿들 셔잇거 져야 님이로다 보션버서 품에 품고 신버서 손에 쥐고 곰븨님븨 님븨곰븨 쳔방지방 지방쳔방 즌듸 른듸 희지 말고 워렁충창 건너가셔 情엣말 려고 겻눈을 흘긧보니 上年七月열사흔날 가벅긴 주추리 삼대 드리도 날 소겨다 모쳐라 밤일싀만졍 혀 낫이런들 우일번 괘라
현대어 풀이
님이 온다고 하기에 저녁밥을 일찍 지어 먹고 중문지나 대문 나가 문지방 위에 뛰어올라 손을 이마에 대고 오는가 가는가 건너편 산을 바라보니 거무희끗한 것이 서 있기에 저것이 님이구나
버선 벗어 품에 품고 신발 벗어 손에 쥐고 엎치락 뒤치락 허둥지둥거리며 진데 마른데 가리지 않고 후닥닥 건너가서 정겹게 말하려고 곁눈으로 힐끗 보니 작년 칠월 십삼일에 벗겨 세워 놓은 삼대가 완전히 날 속였구나
두어라, 밤이기 망정이지 행여 낮이었으면 남들 웃길 뻔 했구나
작품해설
『청구영언』의 만횡청류(蔓橫淸類)에 실려 있는 사설시조이다. 『청구영언』은 1728년(조선 영조 4년)에 김천택(金天澤)이 엮은 가집(歌集)이다.
고려 말엽부터 전하는 시조 998수와 가사 17편이 수록되어 있으며, 현재까지 전하는 가집 중 가장 오래된 것이며, 가장 많은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청구영언』은 1755년(영조 31년) 김수장(金壽長)이 편찬한 『해동가요(海東歌謠)』, 1876년(고종 13년)에 박효관(朴孝寬)과 안민영(安玟英)이 편찬한 『가곡원류(歌曲源流)』와 함께 3대 가집(歌集)으로 꼽힌다.
만횡청류는 『청구영언』 안에서 사설시조만 따로 모아 놓은 부분이다.
이 작품은 무척 해학적인 작품이다. 님을 기다리는 일은 누구에게나 설레는 일이다. 비슷하게 생긴 사람만 봐도 그 사람인가 하고 눈을 크게 뜨고 살펴보게 된다.
행여 다른 사람이었으면 혼자서 멋쩍어서 주변을 돌아보기도 한다. 이러한 마음을 이 시조는 세밀한 행동묘사를 통해 잘 드러내고 있다. 독자는 기다림에 설레어 실수하는 화자의 모습을 바라보며 입가에 미소를 띠게 된다.
작품의 화자는 무척 들뜬 상태이다. 사랑하는 님이 온다는 소식이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제 올지는 모른다. 다만 온다는 것만 알고 있다. 그래서 서둘러 준비를 하게 된다. 언제 올지 모르는 님을 반겨 맞을 준비를 하는 것이다. 서두는 마음은 문지방에 오르는 것과 같이 금지된 행동도 서슴지 않게 된다. 최대한 멀리 보고, 최대한 빨리 님이 오시는 것을 알기 위해서다.
이때 시간적 배경은 ‘저녁을 빨리 해 먹고 나서’로 미루어 해질녘이다. 계절적으로는 저녁 안개가 피어나는 가을이나 봄일 것이다.
작년 7월이라는 표현이 있으므로 봄일 가능성이 더 크다. 공간적으로 집이 있고, 건너편 산과 집 사이에는 너른 들판이 있다. 화자의 시선은 들판이 아닌 산자락을 향할 것이다. 외지에서 마을로 통하는 길은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이상의 장면을 종합하면 화자는 봄날 저녁에 안개 핀 들판 너머를 바라보며 님이 오시는 것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공간적 배경은 화자가 착각을 일으키기에 적당한 조건을 제공한다. 화자의 마음은 최대한 빨리 님을 만나고 싶어서 조바심이 나 있다. 여기에 사물이 흐릿하게 보이는 시공간적인 배경이 놓인다.
이 둘이 결합하여 화자의 착각은 자연스럽게 발생하고 있다. 전혀 억지스럽지 않은 자연스런 진행이다.
작중 인물은 세워놓은 삼대를 당연하다는 듯 님으로 착각하여 정신없이 달려간다. 이 장면은 상당히 리듬감 있게 진행되고 있다.
님비곰비 곰비님비, 천방지방 지방천방, 워렁충창 등의 시어는 주인공의 행동을 경쾌하고 발랄한 리듬으로 전달하고 있다.
특히 진데 마른데 가리지 않고 달려가는 모습은 님을 만나고자 하는 주인공의 간절함을 시각화하고 있다. 이러한 여러 장치들이 동원되어 중장은 경쾌한 리듬으로 박진감 있게 진행한다.
종장에서는 분위기가 급전한다.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이다. 실망했을 주인공의 얼굴과 동시에 멋쩍어 하는 주인공의 마음이 ‘모쳐라’라는 한탄조 시어에 고스란히 담긴다. 주인공은 주변이 이미 어두워졌음에 안도하고 있다.
이상과 같이 이 작품은 시적으로 꽤 잘 짜인 구성과 논리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를 통해 시종하는 것은 님과의 만남을 고대하는 주인공의 마음이다. 그 조급함과 간절함이 모든 사건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님과의 만남을 고대하는 간절한 마음이 이 작품의 주제인 것이다.
작품 속의 명문장
삼대 드리도 날 소겨다
자신이 오해하고서 삼대에게 자신을 속였다고 하고 있다. 작중 인물의 간절한 마음과 멋쩍음이 오롯이 담겨있는 구절(句節)이다.
출처 : 님이 오마 하거늘 (낯선 문학 가깝게 보기 :
한국고전, 2013. 11., 노영근, 위키미디어 커먼즈, 강명관)
님이 오마 하거늘 저녁밥 일지어 먹고 중문 나서 대문 나가 지방위에 치달아 앉아 이수로 가액하고 오는가 가는가 건넌산 바라 보니 거머힛들 서 있거늘 저야 님이로다
버선 벗어 품에 품고 신 벗어 손에 쥐고 겻븨님븨 님븨곰븨 천방지방 지방천방 진데 마른데 가리지 말고 위렁충창 건너 가서 정엣말 하려하고 겻눈을 흘깃 보니 상년 칠월 사흩날 갉아 벗긴 주추리 삼대 살뜰이도 날 속였다 모처라 밤일시망정 행여 낮이런들 남 웃길번 하괘라
--- 이수로 가액 = 손을 이마(눈위)에 얹고... 먼데를 볼때 손을 눈 위에 빛 가리는 행동 --- 거머힛들 = 검고도 흰